미국에서의 교육/자녀교육

농부의 심정으로...

구술같이 맑은 가을하늘 2008. 12. 23. 04:03

지난 봄 일이다. 동네 길모퉁이 한적한 땅이 제법 그럴싸한 밭으로 변해 있었다.
이름 모를 농부가 일군 개가였으리라.
한쪽에는 쓰레기 더미처럼 못쓰는 물건들이 나둥그러져 있는 척박한 땅.
그 곳에는 정성스럽게 이랑이 만들어지고 씨앗과 묘목들이 심겨졌다. 그런데
어느날 이상한 글판 하나가 그 밭에 꽃혀 있었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요즈음 표기법에 어울리지 않는 글씨체였다. 아마 연세 있으신 분의 글솜씨리라.
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나의 얼굴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내렸다.
참으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글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수가 있단 말이오.
호박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내가 만들어 놓은 밭이랑에 심는단 말이오. 그러면 나는
어디를 밟고 다른 채소들을 돌본단 말이오. 필요하다면 내가 몇 개 줄테니 당장 여기 심은 것을 옮겨 가시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라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읽어 보았다.
문득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아! 이분이 진정한 농부이셨다.
누군가가 심어 놓은 호박이 마음에 걸리면 그냥 뽑아 버려도 되었을텐데...
그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푯말을 만들어 꽂아 놓는 수고로움도 개의치 않았다.
나는 감동으로 몇 번이고 그 푯말을 읽고 또 읽駭?
읽을수록 따뜻한 농부의 마음이 내 안에 스며들었다.

시간이 지나, 길모퉁이 그 채소밭은 무성한 초록의 숲처럼 각양각색의 열매들이 탐스럽게 열매 맺어 있었다.
옥수수, 호박,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그 좁은 땅에 어떻게 그런 다양한 채소들이 모두 열려 있을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어느 주일 아침.
그 채소밭 주인을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과연 그분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연세 있으신 할아버지이셨다.
그 옆에서 할머니가 함께 수확을 거두고 계셨다.
다정하게 함께 밭을 돌보고 계시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추수하는 자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 (시 126:5)”
성경의 말씀처럼 그분들은 기쁨으로 단을 거두고 계셨다.
훗날 그분들의 삶도 그렇게 이땅에서 열매 맺게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자꾸만 뒤돌아보며 그 분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구나!
농부의 심정으로 어린 아이들을 돌보아야지...
밭 이랑의 풀한포기도 아끼는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해야지...
내게 맡겨주신 생명들이 아롱다롱 다양한 색채들을 띄고 열매 맺는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 나는 농부의 심정으로 그들을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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