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친구

장편대하드라마/그놈생각/유재중편

구술같이 맑은 가을하늘 2011. 9. 22. 08:17

1편


내가 그놈을 만난건 한참 예민한 나이인 13세때였다.

그놈은 나를보고는 다짜고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좀 큰키였기에 앞줄 두번째에 앉은 그놈이

가소롭게보여 대꾸도 안했다.

 

그날 집에돌아가는 버스속에서 그놈을 다시만났다.

그놈은 수줍은듯이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저 무심히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나에게

그놈은 좀 당황한듯 보였다.

버스에서 내려 그놈을 다시보았을때

버스속의 그놈은 나를보며 다시 웃고 있었다.

 

내가 다시 그놈을 본건 다음날 체육시간 이었다.

자그마한키에 어울리지않게 헐렁한 체육복을 입은 그놈은

땀을 뻘뻘 흘린채로

그늘에 앉아 하릴없이 공상에 잠겨있는 나에게 다가와

묻지도 않은 말을 주절 거리기 시작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놈은 자주

나를 경악 시키는 말이나 행동들을 많이 했던것같다.

그날도 검게 그을은 얼굴에

두서없이 툭툭 던지는 그의말이 무슨 뜻인지몰라

멀뚱히 쳐다보고있는 나에게

"오늘 우리집에 가지않을래?"라고 마지막말을 던지며

대답은 필요없다는듯이 옷을 훌훌털더니 유쾌한듯 가버렸다.

 

그놈을 만나 그놈집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눈앞에펼쳐진 광경을보고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주 커다란 느티나무옆에 장관처럼 펼쳐진 연못...

아니 처음엔 연못으로 느꼈던...

그것은바로 소금을 건조시키는 시설이었던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나를 방으로 데리고 간놈은

바로 재...중... 그렇다 그가바로

후에 식인종으로 불리었던 유재중 이었던 것이다. 

 

그후로 그놈과 나는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같은 버스로 집에돌아오는 일이 많아졌고 

그럴수록 놈은 나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것 같았다.

 

<어느날 버스안>

"야! 오늘 배운게 이해가 안되는데 넌 아냐?"

그날도 내 피같은 거금 20원으로산 뽀빠이를 마치 제것인양

한주먹씪 입에털어넣으며 놈이 내게 물었다.

"뭔데"

심기가 뒤틀린 나는 심드렁히 되물었다.

"PEN 을 왜 펜이라고 읽냐?"

"??"

"아 어떻게 PEN 을 펜이라고 읽냐고?"

그렇다 놈은 바로 영어 리딩 방법을 내게 묻고 있는것이었다.

한참 만에 놈의 말뜻을 이해한 나는

내가 아는 문제였으므로 침을튀겨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자! 봐라 P는 ㅍ발음이나고 E는 ㅔ발음이나고 N은 ㄴ 발음이난단다."

"그럼 합치면 펜 아니니?"

나는 으기양양해하며 놈의 눈을 바라보았다.

"???"

"왜? 모르겠니?"

최대한 인내심을가지고 되묻는 나에게 놈은 진지한표정으로 말헸다.

"그게 합치면 어떻게 펜이돼?" 

아! 나는 놈에게 한글 공부부터 시켜야했던것이다.

 

형철이가 들어와서 2편에 계속....

 

2편 


버스 사건이후 경악한 나는
놈의 어머니를졸라 내가 과외공부를 다니던
사촌형집에서 같이 공부를 할수있게 되었다.
난생처음 공부를 해보는지 놈은 매우 신기해하며
아주 열심히 진도를 따라와 주었다.
적어도 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날이늘어가는 실력에 만족해할 즈음
같이 과외공부를 하던 한친구(이친구는 나중에 밝힐것이다)가
문제를 일으켰다.
그날도 놈과 나는 새로운것을 배울 생각에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복습을 하며 사촌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한친구(이친구는 나중에 밝힐것이다)가 소리쳤다.
"야! 이것좀봐라"
우리는 그친구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 눈길이쏠렸다.
그것은 바로 우리선생님이자 나의 사촌형님이
책상깊숙히 감쳐놓았던 빨간책의 마지막 단계인
빨간 그림책이었다.
나와 놈은 눈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야! 들키면 어쩔려구 짜식이..."
"빨리 도로 넣어둬 색꺄!"
내가 급하게 소리치는 말과는 달리
놈은 그 한친구(이친구는 나중에 밝힐것이다)에게서
책을 빼앗아 자기 가방에 넣으려는 찰라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황당히 쳐다보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그놈들은 쪽팔렸는지 아니면
책에 눈이 멀었는지 냅다 달려 도망쳤다.
나만 사촌형님이라 도망치지도 못하고(사실 도망칠 이유도 없었지만)
호되게 야단맞고 고스란히 뒤집어썼던것이다.
어쨓든 이사건이후로 우리의 과외공부도 끝이났고
놈의 실력향상도 요원해졌다.
지금까지도 누가 그책을 가져갔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어느날 하교길에 놈이 불쑥 말했다.
"야! 차비로 뭐사먹고 걸어갈래?"
순간 나는 내귀를의심했다.
금호동인 학교에서 석관동까지 걸어가자고?
그겻도 한여름 장마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는 날에?
과자 먹으려고?
제정신인가 싶어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는 나에게 놈은 재차 물었다.
아니 혼자 다짐하듯 되내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걸어가는데 4시간잡고 과외공부 땡땡이 치면 딱 시간이 맞겠지?"
그때는 같이 과외를 다니던던때라
놈은 그렇게 나의 약점을 파고들었던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있던 나를두고
놈은 그후줄그레한 교복속의 어깨를 당당히 펴며
앞도 안보일정도로 오는 장대비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마치 장엄한 영화의 한장면처럼 그렇게 말이다.

 

신당동 까지 걸어오는동안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체력도 바닥나 있었고 옷과 책가방도 이미 젖을대로 젖어
더이상 어찌해볼 도리가없이 드디어 화가 폭발하였다.
"야 이 CX할......고만 가자고 이 님이X가튼........"
광분하는 나를보며 놈은 대수롭지않게 대꾸했다.
"야! 여기 당구장 하고 탁구장이 같이 있는데 들어가서 놀다가자."
패죽이구싶은 마음을 간신히 달래며
더이상 빗속에 있으면 생명이 위험할것같아 따라들어갔다.
그런데 그런데말이다....어떻게 그런 기분으로 또홀딱 젖은 옷을 입고
어쩌면 그리도 재미있게 놀수가 있단말인가?
아무도없는 그넓은 탁당구장을 이리뛰며 저리뛰는 놈을따라
나도 덩달아 이리뛰고 저리...... 아! 지금생각해도 해골이.....

 

간신히 우리집앞에 도착했을때는 비도 그치고 여름해가 느릿느릿 질때였다.
출발하고 한 여섯시간후였다.
집을보자 나는 다시 힘이났고 미련없이 들어가려고 하는 나에게
놈은 말했다
"야! 그냥헤어지기 섭섭한데 요밑에 개천에 가서 30분 만 더놀다들어가자."
놈의 정신상태가 걱정도 되었지만 이왕 버린몸 니맘대로 하세요 하는마음으로....
개천밑에서 정신없이노는 그놈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가지로 개천에떠있는 무엇인가를 건지던놈이 순간
짐승과도 같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앉은자세에서 3미터정도 위로떴다.
(나는 지금까지도 사람이 앉은 자세에서 그렇게 높이뜨는걸 본적이없다.)
놈이 20세티 정도의 나뭇가지로 건지려고 애쓰던 그것은바로

 

물에 퉁퉁불은 개---시---체 였다.
(나중에 놈은 무슨 좋은거라도 있는 가방 같은건줄알고
그렇게 에쓰고 건지려했다고 말해줬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는 놈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 가는내내 웃고또웃고 정말 원없이웃었다.
하루종일 힘들고 화났던 모든일들이 모두잊혀지며
그때의 기억들은 지금까지도 아니 평생 잊혀지지않는
원없이 비맞은 즐거운추억이될것이다.

 

 

엉뚱하고 생뚱맞고 고집세고 우직하고 제딴엔의리있고 아무거나 잘먹고
뼈무게가 몸무게의80% 인 통뼈에다가 마음은여린? 재중아!
어려운 가운데서도 가정을 잘이끌어나가며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고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
해수욕장에 놀러가서 텐트속에서 자고 있는
너와 승희 엉덩이를까고 도망치는 성일이를 끝까지 쫒아가서
진심으로 화내며 때려주던 재중이의 그성질 그대로
비록 지금은 힘들더라도 끝까지 버터내고 나중에 웃으면서 만나자
그때는 니가사라. 뭔말인지알지?
2009년 2월 18일 정민이가..


그놈이이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