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법을 몰랐어요
“교수님, TV에서 교수님의 대화법 특강을 시청하고 절망하던 제 마음 속에 혹시나 하는 희망의 마음이 들어 전화 드렸습니다. 한번 만나서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 강의 스케줄을 알려 드리고 세미나 장소로 오시면 강의 후에 잠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드렸지요.
정말 그 분은 자녀 교육 세미나 장소에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참석했고 강의가 끝난 후 자신이 전화를 드렸던 바로 그 사람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 젊은 주부를 대상으로 모인 자녀 교육 세미나에 참석하기가 어색하였는지 실내에서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그 분의 모습이 처음부터 묘~한 분위기와 어색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사정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야 이렇게 해서라도 저를 찾아온 절박한 심정이 이해가며 가슴 한 쪽이 안타까움으로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이면 그냥 다 하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교수님 강의를 들으며 처음으로 말하는 법도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희 집은 말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사는 집안이었습니다.....“ 하며 시작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 분은 친정아버지의 여자 문제로 늘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나중에는 이 문제로 지친 어머니가 집을 나가신 후, 본인은 엄마의 뒤를 이어 아버지의 여자들과 목청 높이며 싸우는 전사로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은 아버지가 새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며 데리고 온 여자가 바로 자신과는 두 살 차이가 나는 고등학교 선배였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기가 막힌 이 분은 날마다 더 목청을 높여 이 아버지의 여자와 싸우는 세월을 살다가 급기야는 홧김에 장독대의 모든 항아리를 돌로 쳐서 부수고 집을 도망 쳐 나오게 되었답니다.
친구 집에 숨어 살던 이 분은 합법적으로 자신의 집에서 해방 할 수 있는 기회를 결혼이라는 것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아버지와는 정반대일 것 같은 순한 남편을 골라 결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의 아버지 같은 문제만 없이 살기를 소원했지만 그 소원과는 달리 착했던 남편에게서 이상한 전화번호와 여자이름이 발견되면서 결국 자신의 남편도 지겨웠던 아버지 문제와 똑같은 상황인 것을 알게 되어 또다시 절규하듯 남편과 싸웠고 자신의 가정은 날마다 아비규환으로 사람 사는 집이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아들 2명도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 우울한 가정으로 살아 온지 오래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아들에게 자신의 답답함을 이야기 했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소리치다가 화가 난 아버지가 과일을 깎던 과도로 아들을 향해 내리쳤고, 그 칼은 소파 틀에 박혀 아버지의 손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날 이후 충격 받은 아들은 우울증에 걸려 자신의 방에서 두문불출 하고 어두워도 불도 안 켜고 혼자서 우울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일 후로 보란 듯이 더 여자 행각을 벌이고 그 분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요. 사실 이 모든 문제가 다 남편에게 있는 줄 알고 남편에게 화내고 있었는데요. 교수님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내가 말할 줄 모르는 집안에서 자라서 남편에게나 아이들에게 너무 잘못된 말만 하고 살았어요. 나는 그냥 말은 하면 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말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몰랐어요. 이제 와서 우리 집 같은 집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까요? “
사실 나도 처음에는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막한 마음이 들었는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아~ 그럼, 지금 저에게 방금 말씀 하셨던 데서부터 시작해보세요. 오늘, 남편 분께 지금 제게 하셨던 ‘대화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하신 그대로 그 말부터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나서 결과를 알려주기로 하고 헤어졌고 내심 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이 분의 전화를 기다렸습니다. 1주일 후에야 전화가 왔습니다.
“교수님, 우리 집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남편을 기다렸다가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얼른 잡고 이야기 했어요. ‘여보, 난 이 모든 일이 다 당신 탓인 줄 알고 원망만 했는데 알고 보니 내 잘못이었어요. 내가 말할 줄 몰랐어요. 날마다 싸우는 것이 말 인줄 만 알고 살았던 집안에서 자라서 싸우는 것이 다 말 인줄 알았지. 당신한테 날마다 싸우는 듯이 말하고 아마 당신 너무 힘들었을 거야.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자 남편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하더니 한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 내일 나하고 골프갈래?’ 세상에~몇 년 만에 함께 골프 치러 나간건지 기적 같아요. 이제 마음이 편해 졌어요. 교수님께 배운 대로 하면 왠지 잘될 것 같기도 하구요. 큰아들하고도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 거지요?“
소낙비 후에 개인 햇살 같은 목소리로 변해버린 그 분의 전화를 받으면서 왠지 저도 잘될 것 같은 흥분으로 행복해지는 하루였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분처럼 대화란 단순히 주고받는 말 정도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익숙하게 내가 경험한 말들을 사용합니다. 자신이 들어왔던 말들, 경험했던 말들을 골라서 나도 모르게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익숙한 말 대신 사랑의 대화를 나눠보세요.